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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잡답

K-pop 역사상 최고의 작곡가(프로듀서) 아이돌은 누구인가?

by haegolmul 2024.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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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딱히 아이돌에게 음악성을 기대하지 않지만,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아이돌들은 음악 공부를 열심히 한다.

그리고 아마도 여러분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아이돌이 자작곡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그들의 음악적 노력에 대한 글을 써 본다.

 

오늘의 주제: 케이팝 역사상 최고의 프로듀서멤은 누구인가?

 

1세대 아이돌까지 포함한다면, 사실 이 질문에는 확실한 답이 생겨버린다.

그렇다. 1세대에는 원타임 테디가 있기 때문이다.

케이팝 1세대 대표 작곡돌 하면 HOT의 강타와 원타임의 테디 정도가 있겠는데,

문제는 이 테디가 원타임의 활동 중단 이후, 유명 음악 프로듀서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2세대 아이돌 덕질한 사람들은 이 이름을 모를수가 없다. 그는 레전드니까.

3~4세대 아이돌 덕질하는 분들은, 전소미네 소속사 사장님 정도로는 알고 있지 않을까...?

그의 전성기는 이미 지나갔고, 그는 더 이상 비트를 찍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훌륭한 탑라이너이고, 프로듀서다.

그래서 1세대를 포함해버리면 이 질문은 재미가 없다. 2세대부터 시작해야 재밌다.

 

 

 

후보 1. 빅뱅 - 지드래곤

아마도 꽤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고민없이 그를 최고의 프로듀서멤으로 꼽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리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는 최고의 탑라이너는 맞지만, 훌륭한 비트메이커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대중음악의 3가지 저작권 요소를 먼저 설명해야 하겠다.

작사, 작곡, 편곡, 이 3가지가 저작권의 요소이다.

작사: 가사를 쓰는 것, 작곡: 멜로디(탑라인)를 쓰는 것, 편곡: 비트를 만들고 곡 전체를 구성하는 것.

작곡은 말 그대로 우리가 노래방에서 노래를 따라부를 때 부르는, 그 음의 진행을 쓰는 것이고,

비트를 만들고 곡의 전체적인 구성을 고민해야하는 편곡은 사실 작곡보다 훨씬 더 심오한 요소다.

아이돌 중 작곡가(탑라이너)는 수 없이 많지만, 편곡자(비트메이커)는 적은 까닭도 그러한 이유다.

스케줄이 바쁜 잘나가는 아이돌이 하기에는, 편곡이라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보통 자작곡을 쓰는 아이돌들은, 비트메이커들이 만든 비트 중에 마음에 드는 걸 고르고,

그 위에 가사와 멜로디를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 이게 효율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시 지드래곤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는 앞서 말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대표적인 아이돌이다.

물론 그는 비트를 찍을 줄 안다. GD&태양의 히트곡 Good boy 같은 노래가 그가 찍은 비트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빅뱅 노래들은, 그가 멜로디를 쓴 곡이지 비트를 찍은 노래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를 이 논제의 후보로 두는 이유는, 그가 너무나도 성공한 탑라이너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돌 중 저작권료 1위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작곡가 중 저작권료 1위를 찍은 작곡가다.

그가 쓴 멜로디 라인들은 대체로 어렵지 않았고, 대중성 있었고, 허술하지 않게 잘 짜여져 있었다.

그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탑티어의 탑라이너가 맞다.

 

 

 

후보 2. 블락비 - 지코

블락비가 2세대인가 3세대인가로는 말들이 많지만, 난 대충 2세대라고 하겠다.

지코는 지드래곤과 더불어 2세대 최고의 프로듀서멤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대중적으로 히트한 곡의 숫자는 지드래곤이 비해 훨씬 적지만, 대신 편곡한 곡이 제법 있다.

블락비의 대표적인 히트곡 HER이나 지코의 히트곡 아무노래 같은 곡이 그가 편곡한 곡들이다.

(물론 공동 편곡이지만, 난 공동 작업에 시비를 터는 것 만큼 부질없는 짓은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그가 작업한 결과물들은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라서 덧붙일 말이 많지 않지만,

그의 프로듀싱 역량은 딱히 의심할 거리가 없다.

그가 제작한 아이돌 '보이넥스트도어'가 순조롭게 데뷔하고 반응을 얻어가는 것만 봐도 뭐...

아무튼 그는 제법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작곡가, 작사가, 편곡자이기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후보 2번에 올려본다. 참고로 후보 번호는 데뷔순이다.

 

 

후보 3. 세븐틴 - 우지

 

이제 3세대의 대표적인 작곡돌, 세븐틴 우지를 한 번 살펴보자.

2세대에 작곡돌 많이 있는데 3세대로 너무 빨리 건너 뛰는 거 아니냐고?

글 쓰는데 어깨가 너무 아파서 그렇다.

(굵직한 히트곡이 여러개 있는 사람들로만 살펴보자, 이거에요.)

 

우지는 위에서 설명했던 지드래곤처럼, 탑라인을 쓰는 작곡가 유형의 아이돌이다.

'아낀다'처럼 편곡에 참여한 곡도 있기는 한데 몇 곡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가이드곡을 아주 기깔나게 만드는 재능있는 탑라이너다.

개인적으로는 빠른 템포의 곡을 쓸 때 장점이 좀 더 두드러지는 편이라 생각하지만,

느리고 서정적인 작업물도 꽤 있는 걸 보면, 장르를 가리는 편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우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곡돌들과는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 혹시 눈치 챘는가?

그렇다, 바로 그가 보컬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곡돌들은 대부분 래퍼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랩 라인을 만드는 래퍼멤들이 음악을 배울 기회가 더 많고,

대체로 박자감처럼, 작곡 작사에 필수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말을 뒤집어 말하면, 우지는 래퍼들처럼 박자감이 좋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그의 랩을 들을 수 있는 노래는 많지 않지만, 아마 시켜보면 꽤나 잘할 것이다.

(알고 보면 에드시런이 랩 존나 잘하는 것처럼.)

 

 

 

4. 아이들 - 전소연

나는 아이들이 데뷔했을 때, 데뷔곡 LATATA의 곡 정보를 보고 박수를 쳤었다. 

여자아이돌이 자작곡으로 데뷔한다? 그런데 작사,작곡에 편곡까지 했다? 그런데 그 곡이 히트한다?

이건 케이팝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박수를 안 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공동 편곡이지만, 이는 트집 잡을 거리가 아니다. 요즘의 대중음악은 단독 작업이 더 드물다.)

전소연은 아이돌 프로듀서멤들 중에서도 유달리, 자신의 그룹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녀는 아이들의 여러 히트곡 중 대부분의 곡을 작사, 작곡, 편곡한 프로듀서다.

나는 가끔 그녀의 녹음실 디렉팅 영상을 찾아보는데, 그 안에 담긴 섬세함은 놀라운 수준이다.

그녀의 디렉팅은 들어보고 좋은 것을 고르는 방식이 아니다.

그녀는 이미 곡에 어울리는 정답을 알고 있고, 멤버들에게 그 정답을 부르도록 안내하고 있다.

슈화 같은(보컬의 역량이 다소 떨어지는) 멤버를 데리고도 그 정도의 녹음을 할 수 있는 것.

그건 정말 전소연이기에 가능한 영역이라고 판단된다.

물론 종종 자기 복제가 지나치다는 비난도 듣지만, 뭐, 그건 모든 작곡가들이 겪는 문제니까...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굳이 덧붙이지 않겠다. 한국에서 표절 논란 없는 유명 저작자는 몇 없기에.)

 

 

 

5. 스트레이키즈 - 방찬

이제 드디어 4세대까지 왔다. 이제는 4세대의 대표적인 프로듀서 멤, 스키즈 방찬에 대해 알아보자.

방찬은 전소연과 마찬가지로, 스키즈 대부분의 곡에 작사, 작곡, 편곡까지 참여한다.

(물론 공동 작업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건 딱히 흠이 아니다.)

스키즈의 스케줄을 생각한다면, 놀라울 정도의 다작이고, 놀라울 정도의 열정이다.

 이 정도로 편곡을 많이 하는 게 가능한가? 전소연도 방찬도 참으로 지독한 사람들이다.

 

방찬은 앞에서 언급한 네 사람에 비해서는, 장르의 다양성이 적은 편이다.

조금 귀엽게도(?) 좋아하는 스타일의 샘플이나 악기가 확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이건 반대로 말하면 자기 색깔이 확고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장점 같기도 하다.

그렇게 음악적 고집이 있어서일까?

스키즈는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박진영의 음악적 터치를 거의 안 받고 있다.

그동안의 JYP 아이돌 그룹들과 달리, 트랙리스트에서 박진영의 이름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다.

덕분에 스키즈의 음악에는 JYP 특유의 유치뽕짝랩이 전혀 없다. 난 그게 너무 속 시원하다.

 

 

 

 

사실 이들 외에도 케이팝의 역사상 유명한 작곡멤들은 수도 없이 많다.

2pm 준케이도 제법 멜로디 라인을 잘 뽑았고, 원더걸스 예은이나 선미도 그랬다.

펜타곤 후이도 명곡이 은근히 많은 작곡가고, 아이콘 출신의 B.I, 위너의 강승윤,

데이식스의 여러 멤버들(특히 영케이), 다 명곡을 많이 썼다.

다작을 하지는 않았지만, 투애니원 CL이 작곡한 노래 중에도 아름다운 곡이 꽤 있다.

내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어보면, 분명 더 많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케이팝은 이렇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음악의 음자도 모르는 아이가 캐스팅되어 하루아침에 데뷔하던 1세대가 지나고,

좁은 연습실에서 열악하게 연습하던 2세대가 지나고,

제법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고 음악을 공부한 3,4세대가 등장했다.

이제는 5세대가 나오는 시기가 되었는데... 

 

이 긴 역사를 거쳐올 동안, 여러분은 어떤 이가 최고의 프로듀서멤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결론을 내리고 싶진 않다. (물론 글에서 은근하게 티가 났을 수도 있지만...)

그저 바쁜 아이돌의 삶 속에서 음악에 대해 고뇌하고 밤을 지새웠을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결론: 창작의 영역은 위대하다. 케이팝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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