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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잡답

케이팝 외길 인생 30년 할머니의 오타쿠 발표회

by haegolmul 2024.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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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오타쿠들은 오타쿠 발표회라는 걸 하던데, 나도 너무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 앞에서 하기 전에, 블로그에 한 번 연습을 해볼까 한다.

그렇다. 오늘의 잡담 주제는 내 덕질의 역사다.

 

1. 케이팝에 입문한 '1세대'

나는 비교적 어린 나이, 초등학교 3학년에 케이팝 덕질 인생을 시작한다.

모두가 HOT, 젝스키스, 핑클, SES를 좋아하던 그 시절, 내 취향은 좀 매니악했는데,

나는 힙합을 하던 원타임이란 아이돌 그룹에 입덕한다. 

물론 핑클, SES 앨범도 꼬박꼬박 샀다. 그때도 잡덕의 기운이 있었던 듯...

아무튼 나는 원타임을 아주 지독하게 좋아했다. 최애는 테디였다.

 

그런데 지금 들어보면 가사 빻은 노래 짱 많음.

솔직히 요즘이었으면 활동도 못했을 아이돌이다.

멤버 중 한 명은 학폭 전적도 있다. 인터넷이 활발한 시절이었음 난리났을 거임.

(심지어 원타임보다 더 잘 나가던 그룹, 젝스키스의 멤버를 괴롭혔던 거였음.)

그 외에도 원타임은 여러모로 희한한 구석이 많은 그룹이었는데, 

그 중 하나는 리더인 테디가 오랜 일반인 여자친구의 존재를 팬들에게 알렸다는 것이다.

(테디는 그녀에게 들려주기 위해 많은 곡들을 썼는데, 솔직히 다 띵곡이다.)

대체로 모든 아이돌이 꽁꽁 싸메고 비밀연애를 하던 시절이었데, 정말 이상한 그룹이다.

아무튼 이렇게 빻은 시작을 해서일까, 내 케이팝 덕질의 길은 더욱 험난하게 나아간다.

 

 

2. 맹렬했던 '2세대' 아이돌 덕질

원타임이 활동을 잠정 중단하면서, 나는 새로운 아이돌 그룹 덕질을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내리 사랑이다. 같은 YG 출신의 빅뱅에게 입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지독하게 사랑했던 최애, 원타임 테디에게 음악을 배운, 빅뱅 지드래곤이 내 최애가 된다.

구 오빠의 제자에게 입덕이라니, 진짜 음악 취향이 한결 같았나봐...

아무튼 난 꽤 오랫동안 빅뱅 덕질을 한다. 사실 빅뱅 올팬이라기보단, 지드래곤 팬에 가까웠다.

이 때의 나는 지독한 악개 기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 아시다시피, 빅뱅은 정말 말 많고 탈 많은 그룹이었고, 난 한눈도 꽤 팔았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샤이니, f(x), 2NE1, 원더걸스 등의 그룹 팬질에도 기웃거려 본다.

 

빅뱅이 어떤 그룹이었는지 모르는 케이팝 덕후는 아마 없겠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음악만 괜찮고 나머지는 다 괜찮지 않았다...그럼에도 사랑했다.

그러나 영원한 사랑은 없을까. 난 메이드 앨범 이후부터 슬슬 탈덕 각을 재기 시작함.

조용히 탈빠하고 얼마 후, 빅뱅은 '패배'의 범죄로 개박살이 나게 되고,

케이팝 역사상 가장 추잡한 결말을 맞이한다. 단언컨대 가장 추잡한 결말이다.

(이보다 추잡한 결말이 나는 그룹이 생겨서는 안 된다. 그럼 그새끼들은 사형시켜야 함.)

 

 

3. 은은하게 덕질했던 '3세대'

이제 대충 내 연배를 짐작하셨겠지만, 나는 3세대부터는 직장의 노예가 되고 만다.

너무, 진짜 너무 너무 바쁘게 살게 된다. 그래서 케이팝에 조금 소홀해지고 만다.

이 시절의 나는 아주 은은하고 은근하게, 얇고 넓게 케이팝 덕질을 하게 된다.

이 시절의 내가 관심을 가지 그룹은 엑소, 방탄, 세븐틴, 블랙핑크, 레드벨벳, 트와이스 등

거의 모든 케이팝 그룹이다. 진정한 개 잡덕의 길이 이 시기부터 시작된 것이다.

퇴근하고 맥주 한 잔 하면서 아이돌 무대나 자컨을 보는 생활을 이어간다.

특별하게 최애라고 꼽을 만한 아이돌은 없었지만, 굳이 꼽아보면

엑소 첸(...), 블핑 로제, 레벨 슬기, 트와 지효 정도일 것 같다.

이 시기는 남돌보다 여돌 영상을 훨씬 많이 봤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 시기는 내 인생 최악의 암흑기로,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퇴사 직전이었던 시기인데, 케이팝 덕분에 위안을 얻었다.

(물론 지금이라고 퇴사 안 하고 싶은 건 아니고... 퇴사는 직장인 모두의 염원이니까...)

내가 케이팝에 영원한 충성을 맹세한 시기이기도 하다.

평생 탈 케이팝 하긴 글렀음을 깨달았다.

 

 

4. 현생을 버리고 케이팝의 세계 속으로, '4세대'

어느새 30대 중반이 되어버린 나는, 다시 맹렬하게 케이팝 덕질을 하고 있다.

하이브 소속 그룹들을 골고루 빨고, SM과 JYP는 찍먹 중이다.

그룹마다 마음 속으로 품은 손자, 손녀들도 여럿 생겼다.

(현재 시점에 최애를 고르라면, 르세라핌 허윤진이다. 이모가 많이 사랑해.)

이제 내 유투브 알고리즘은 알아서 여러 아이돌 영상을 골고루 추천해준다.

4대 소속사 외에 여러 중소돌의 음악도 골고루 듣는다. 진정한 잡덕은 자본을 차별하지 않아.

4세대 아이돌들아, 좋은 음악 많이 하거라 ㅠㅠ 할머니한테 효도해 ㅠㅠ

이 무렵엔 절친한 친구 중 한 명이 이 늦은 나이로 케이팝에 입덕해서,

덕질 메이트도 생겼음. 아무튼 여전히 열심히 살고 있는 케이팝 망령 할머니.

 

아무튼 늘 벅차있는 케이팝 오타쿠의 일대기 였고요.

이렇게 대충 오타쿠 발표회를 마칩니다.

저는 사실 구오빠가 몇 명 없기 때문에, 발표할 만한 거리도 별로 없음.

손자로 삼은 남돌도 몇 없고... 27년의 덕질치고 간소한 편이라죠.

(대신 손녀들은 한바가지 있음)

 

결론: 내 사랑 손녀, 손자들아, 최고의 효도는 건강이다.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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